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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 도너츠 이슈와 블로그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5. 3. 16:30

던킨 도너츠 이슈를 지켜보면서 블로그와 블로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상태에서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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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던킨 이슈는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 사건과 어느정도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시 경희대 총여학생회 사건에서의 핵심은 '죄가 밝혀지지 않은 교수'에 대해서 죄인 취급을 하고 강한 행동을 취했다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번 던킨 이슈도 어느정도는 그러하지요.

최초 제보자의 글에 근거하여 던킨에게 죄가 있다고 단정하고, 이러한 근거에 따라 많은 블로거들의 감정적 포스트들이 올라왔지요. 여기에 던킨에서는 포스트 삭제 요청 행동을 취했고, 이러한 던킨의 행동에 따라 블로거들의 감정은 더욱 악화되었다 하겠습니다.

자.. 일단 여기에서 잠깐!

블로그는 미디어인가요? 개인적 공간인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블로그를 어떻게 활용을 하느냐에 대한 부분이니까요. 누구는 1인 미디어라고 하고, 누구는 예전 홈페이지를 대체하는 개인적 공간이라고 하고, 누구는 자신이 관심있는 내용들을 스크랩하는 공간이라고도 하니까요.

일단 '미디어'는 매체를 얘기합니다.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따라서 미디어는 '어떤 작용'을 전달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권한'과 전달에 따른 '책임'을 가지게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달만 하는 것도 가능하지요. 그렇기에 매일 사건사고에 대한 스트레이트 기사들이 신문에 실리는 겁니다.

그러면 스트레이트 기사들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건사고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스트레이트 기사들에서는 섣부르게 평가를 하는 일은 없지요. 단지 팩트 위주로 전달하는 선에서 그치거든요.

그런데 블로그는 미디어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감성적입니다. 아직까지는 기본적으로 취재를 통한 팩트 위주가 아니고 웹을 통한 정보 수집을 거쳐 해당 정보에 대한 평가 내지는 분석이 위주가 되니까요. 직업으로서의 전업 블로거가 되지 않는 이상, 이렇게 발로 뛰지 못하는 블로그 운영 주체자로서의 한계를 가지게 되는 거죠.

이제 다시 던킨 이슈로 돌아가 보죠.

이번 던킨 이슈에서 블로거들의 포스트는 상당수가 감성적 포스트였습니다. 물론 블로거들이 최초 제보자의 글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밝혀낼 수는 없었겠지요. 그러나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편파적이었죠. 이미 최초 제보자의 글이 사실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혔다 하겠습니다. 즉 법적으로 '죄가 밝혀지지 않은 던킨 도너츠'(일종의 '용의자'라고 할 수 있겠죠)에 대해서 '죄가 있는 던킨 도너츠'(일종의 '가해자'라 하겠습니다)라고 판단 후 포스팅이 되었다는 겁니다.

사실여부를 밝힐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던킨의 죄를 더욱 공론화시킴으로서 일종의 여론재판화가 되버린거죠. 개인적으로 일종의 속보욕구가 이런 상황으로 빠지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이슈를 누구보다 빨리 언급하고 싶어하는 하는 속보 경쟁이 블로거들에게도 있었다는 보는거죠. 기존 미디어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원칙을 무너뜨리면서 미디어의 권한은 가지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이중적 모습을 투영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던킨의 글 삭제 요청이 발생하니 '역시 뭔가 있다, 괘씸하다,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지냐' 등의 반응으로 이어지게 되었죠. 하지만 던킨의 공식 입장이 나오고 나니 '죄가 밝혀지지 않은 던킨 도너츠'가 '죄가 없는 던킨 도너츠'가 되버렸습니다. 던킨이 손바닥으로 가리려고 했던 건 하늘이 아니라 허위사실이었던 거죠.

최초 근거가 무너지면서 던킨에 대해서 더이상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졌습니다. 도너츠를 제조하는 것에 대해서 조리있게 언급할 수 있을 정도로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블로거들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블로고스피어적인 마인드로 접근하게 된 부분이 글 삭제 요청이라는 이슈가 됩니다. 위기관리력에 대한 비판으로 논점이 바뀌게 된 거죠.

던킨이 취한 포스트 삭제 요청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슈였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던킨의 대응에 대해서 아주 잘못된 대응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던킨은 웹에서 발생하는 던킨 관련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있었고,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는 것에 파악한 후 그들의 입장에는 가장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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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도너츠의 공식입장


던킨이 바로 '유포된 글은 허위사실이다. 던킨은 위생적이다' 등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며칠 동안 포스트 삭제 요청만 하게 된 부분을 대충 예상해 보면 이렇습니다.

  1. 포스트 삭제 요청은 담당자 및 해당 파트의 팀장 수준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2. 허위사실에 대해서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사내 법무팀/홍보팀을 통한 검토를 거쳐야만 했다.
  3. 합작회사이므로 본사와의 조율도 거쳐야 했다.
  4. 토,일 주말과 노동자의 날 휴무로 인한 업무 공백이 있었다.

제 예상으로는 위의 4가지 상황이 겹치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추측일 뿐입니다.) 일단 1번 부분은 사내에서 해당 파트의 팀장 수준이라면 임원까지의 결제를 받지 않은 상태로 전결 처리 후 보고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빠르게 진행되었을 수 있죠.

하지만 2번 부분부터는 쉽지 않습니다. 하나의 기업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회사 내부의 결제라인을 타야 합니다. 구멍가게라면 모르겠지만 던킨 수준의 회사에서 웹 파트 담당자나 팀장 임의로 회사의 공식적 입장을 외부에 공표하는 것을 결정할 수는 없는 거지요.

또한 3번 부분도 시간을 잡아먹을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시차는 당연하겠고, 본사 쪽에서도 탱자탱자 놀다가 이쪽에서 보내주는 내용을 바로 받아서 처리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4번 부분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사내의 비상연락망을 가동한다고 해도 관련된 모든 담당자들을 모으고 업무 처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지요. 제대로된 회사라면 가능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너무 가혹하다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회사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거니까요.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 던킨의 담당자는 나름대로 위기관리를 충분히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예상이 어느정도 맞다는 가정 하에서의 평가일 뿐입니다. ^^;

기본적으로 던킨 도너츠는 온라인 기업이 아닙니다. 기본적 사업 베이스는 식품 제조, 유통, 판매입니다. 아무리 온라인이 세상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요즘이지만 모든 상황을 온라인에 기반한 마인드로 바라보는 것은 한정된 관점이라 하겠습니다. 오프라인 베이스 기업들에게 온라인 마인드를 요구하듯, 온라인 마인드의 유저들도 오프라인에 대해서 이해도를 키워야 공정하지 않을까 하네요.

저는 이 포스트의 앞 부분에서 '블로그는 미디어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블로그가 미디어가 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미디어의 범위는 점점 넓어질 겁니다. 그리고 블로그도 미디어의 범주 속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구요.

또한 저는 기존 팩트 위주의 미디어에 감성적 성향도 어느정도 부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감성적 성향은 우리가 사는 삭막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따뜻한 시선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시선이 아닌 다양한 블로거들의 따뜻한 시선이면 더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던킨 이슈에서 접하게 된 블로그의 감성적 성향은 부정적 시선에 더 많이 쏠렸다는 것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