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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강제적인 아이디 정리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21. 15:55

며칠 전 SK텔레콤으로부터 "[공지] 고객님, SK텔레콤 패밀리 사이트에서 ID 정리 안내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강도높은 안내 메일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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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아이디 정리 안내 메일


갑작스러웠던 저 이메일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웹회원 이용약관 원칙(제4조 1항)에 따라 한 주민번호당 1개의 ID만 사용 가능합니다.
이에 한 주민번호당 1개 이상의 ID를 보유하고 계신 회원님들 대상으로 9월 30일까지 ID 정리 작업을 시행하려 하오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 드립니다.

일단 아이디 정리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기 이전에 왜 SK텔레콤은 주민번호 1개당 하나의 아이디가 아닌 여러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있게 되었을까부터 생각해 봐야하겠다.

SK텔레콤은 여러 개의 통신 브랜드들에 대해서 여러 개의 사이트들을 각각 운영해 왔다. 또한 각각의 사이트마다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달랐다. (물론 현재도 각각의 사이트들마다 제공 서비스가 다르다.) 그래서 각각의 사이트들은 각각 회원 가입을 받았었다. 따라서 나의 경우는 각각의 사이트마다 따로 가입을 한 경우다.

나의 경우는 가입 시 사용비중을 고려해서 여러 개의 아이디를 섞어서 사용한다. 내게 중요도가 낮은 사이트들은 세컨드 아이디로, 자주 사용할 사이트는 메인 아이디 등으로 말이다. 이 원칙은 저 SK텔레콤의 사이트들에 가입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SK텔레콤의 내부 방침에 따라 SK텔레콤 관련 사이트들은 통합 회원관리 개념으로 변경되었다. 이제 나같은 이용자들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애초에 체계없이 운영하던 내부 방침에 따라 발생한 문제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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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아이디 는 로그인 후에 보여준다.


안내 메일과 안내 창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번 아이디 정리를 진행하며 2007년 9월 30일까지 이용자가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탈퇴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 ID 정리 기간 : 6월 18일 09:00 ~ 9월 30일 24:00
- 강제탈퇴 기간 및 대상 : ID 정리 해당 기간 동안 ID를 정리하지 않으신 회원님
- 필독사항!
9월 30일까지 한 개의 ID를 선택하여 주시면 선택한 ID를 제외한 나머지 ID들은 자동탈퇴 됩니다. 자동 탈퇴된 ID로는 SK텔레콤 패밀리사이트 (T WORLD, TTL, Ting 등)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해당 ID로 웹사이트에서 적립한 각종 포인트 및 사이트 이용 내역이 소멸되며, 확인 하실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강제 탈퇴에 대한 근거로서 아래의 근거를 들고 있다.

웹 회원 이용약관
웹회원이용약관 (제4조 1항)에 따르면 ID는 하나의 주민등록번호에 한 개의 ID만 발급,이용이 가능함. 따라서 이러한 원칙에 어긋난 ID에 대해서는 웹회원 이용약관 제 21조(회원에 대한 통지)에 따라 회사가 하나의 ID를 제외한 나머지 ID의 탈퇴를 요청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러한 행위는 약관에 따른 행위로써 개인정보 침해의 위법성이 없음

자신들이 방치해서 만들어진 상황이라는 것과 상관없이 강제 탈퇴는 위법성이 없다고 한다. 전후사정 따위는 생략하고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서 들이밀고 있다. 하지만 위의 웹회원이용약관은 2001년 당시 내가 각각의 사이트들에 가입할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약관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부 방침에 따른 회원관리 통합이 이루어지면서 회원약관이 변경되었을 터인데, 저 약관은 내가 회원가입을 했다고 나와있는 날 이후로 자그마치 5번 또는 7번이나 바뀐 약관이다. (같은 SK텔레콤 사이트들마다 약관의 변경 및 시행일이 각기 다르다. Tworld의 경우는 지금까지 회원약관이 총 8번 바뀌었으며, Ting의 경우는 10번이나 바뀌었다.) 약관 중에서 아이디에 대한 부분이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히스토리가 없는 상황이기에 SK텔레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약관이라 하겠다.

통신서비스 회사들은 유행에 따라서 브랜드 운영이 너무 지나치게 자주 바뀌어 왔다. SK텔레콤의 경우, 현재는 Tworld로 운영을 하고 있으나 과거 011리더스클럽(011leadersclub.co.kr)이라든지, 이스테이션(e-station.com) 등으로 사이트를 운영해 왔으며, 긴 안목에 의한 사이트 운영이 아니라 단기적 운영에 그쳐왔다. 결국 기업 내 패밀리 사이트 관리와 회원관리 등에 대한 미시적 전략에 따라 현재 우리들의 개인정보들은 사각지대에서 표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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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내 아이디들의 꼬라지!


참고로 이 외에도 SK그룹 쪽은 손대는 사업이 많아서 그런지 상당히 골때린 회원관리 정책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네이트와 이스테이션이 연동되어 휴대폰 포인트로 네이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메뉴가 있었다.  나는 당시 네이트 사용 아이디와 이스테이션 사용 아이디가 다르다는 이유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고, 고객센터 문의 결과 한쪽에서 탈퇴하고 새로 가입하는 방식으로 아이디를 통일하라는 강요(or 권유)를 받았다. 상담원은 탈퇴 후 새로 가입해도 내게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내게 피해가 있는 게 확실했다. 내가 네이트를 탈퇴하고 새로 가입하면 네이트 아이디에 남아있는 각종 정보들(메일, 활동 클럽, 게시판 글 등)에 대한 콘트롤이 불가능해진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수정하거나 지우지 못하고, 가입했던 클럽들도 새로 다시 가입해서 회원등급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 그리고 이스테이션을 탈퇴했다 새로 가입하면 그동안 이용하던 서비스들(포인트 관리, 통화기록 조회 등)이 사라져버리고 다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SK텔레콤의 고객센터에 직접 찾아가서 본인 확인을 받아야만 했다.
 
결국 네이트와 이스테이션의 연동 서비스는 이용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으며 아직까지 각각의 독립적 아이디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슬슬 걱정이 되는 건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주체인 네이트닷컴과 SK텔레콤이 운영주체인 Tworld 간의 회원통합 등이 이루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거다. 물론 회원들의 승인이 없이 강제적인 통합은 불가능하겠지만, 몇년이 지난 후 기억도 못하는 약관을 근거로 강제 탈퇴를 강행한다거나, 불편함을 주는 차별화를 통해서라도 강행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요즘의 SK그룹의 움직임을 보면 어찌될 지 모르는 거다. 특히나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의 Cyworld 서비스가 cyworld.nate.com 에서 cyworld.com으로 변경되었고, nate.com의 서비스가 서서히 SKT의 유무선 포탈이라는 본연의 자세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이런 걱정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 쓸데없이 길기만 하니까 한줄로 요약하면!
▶ 아이디는 하나만 써라.. (진담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