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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타령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3. 29. 00:23

요즘들어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디테일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좋은 얘기다만 여기서 관점을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디테일의 포커스가 문제인 거다.
 
현재의 포커스는 "회사가 직원들이 뽑아내는 업무 아웃풋에 대해 일방적으로 디테일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회사 자체는 스스로의 디테일에 대해 무신경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디테일에 대한 예로 회사를 옮긴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직을 하게 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보통 연봉과 복지, 그리고 대우에 치중해서 입사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제부터 별 거 아니면서도 골때른 문제들이 발생한다.

업무를 처리하면서 새로운 회사의 기안과 결제에 대한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살짝 당황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소극적 업무 처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경력으로 새로 입사한 사람들은 기존의 직원들에게 대놓고 물어보기가 좀 뻘쭘할 때가 많다. '경력이 꽤 되는 걸로 아는데 그런 것도 모르냐'는 식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고, 서슴없이 물어볼 만큼 친한 사람이 없는 시기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신입으로 입사한 경우에는 별 문제가 안된다. 기안을 하고 결제를 하는 등의 일은 신입들에게 거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력의 경우는 다르다. 당장 대략 2주 이내에 회사 분위기 파악 및 적응을 완료하고 실무 위주로 자신의 능력을 빨리 보여줘야 하는 상황.

따라서 회사에서 진행하는 신규 입사자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은 단순히 회사의 비전과 회사의 복지 제도를 설명하는 게 되어서는 안된다. 새롭게 채용한 직원들이 업무에서 디테일하게 신경쓴 아웃풋을 뽑아내기 원한다면 회사부터 직원들의 디테일을 살펴줘야 한다.

출퇴근 시간만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늦게까지 야근을 했을 경우 편의를 봐주는 암묵적인 룰까지 알려주는 회사. 업무 상 외근 시 사소해 보이는 교통비 (지하철, 버스) 청구에 대한 처리 여부 및 청구 방법을 알려주는 회사. 새벽까지 일하고 퇴근할 때 택시비 지원 여부를 알려주는 회사. 세금계산서 처리의 룰과 외부 업체에 대한 비용 결제 조건의 룰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고 이를 알려주는 회사. 전결과 후결, 그리고 사후 보고의 룰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으며 이를 문서로 알려주는 회사. 사소해 보이는 사무용품 요청에 대해 알려주는 회사. 휴가를 사용할 때 제약조건이나 사용 룰을 알려주는 회사. 경조사가 있는 경우 처리 방법을 알려주는 회사. 그 외 너무나 사소한 것들이라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각종 기타 등등의 것들 모두...

위에 열거한 내용들이 모두 별다른 게 아닌 듯 하겠지만, 의외로 저런 진짜진짜 디테일한 사항들 때문에 회사를 옮긴 후에, 예전의 익숙했던 회사와 비교하며 나름대로 답답해 하는 이직 후유증을 겪는 경력직들이 많다는 것을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은 알아야 한다.

회사는 (사장들은) 허구헌날 직원들에게 디테일 타령만 하지 말고 회사도 (사장도) 조직적인 디테일을 살펴보고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해서 직원들의 진정한 믿음을 얻어야 나중에 땅을 파라는 삽질을 시켜도 군소리없이 열심히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