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tern of Knowledge
family company 본문
가족같은 직원을 뽑기 위해 채용을 취소한 일이 블로고스피어에서 펄펄 끓어올랐군요.
일단 가족같은 회사라는 것은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화두입니다. 누구나 가족같은 회사에 대한 환상은 가지고 있죠. 하지만 가족'같다'라는 의미의 차이는 엄청난 듯 하네요.
회사의 관점에서는 가족처럼 회사의 모든 일을 솔선수범하고 적극적으로 처리해 주는 직원을 가족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직원의 관점에서는 직원 개개인의 사정에 대해서 이해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회사를 가족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잘못된 부분이예요. 결정적으로 회사는 사람이 아닌 무형의 존재거든요. 무형의 존재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내 옆에 있을 지도 모르는 유령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회사라는 무형의 존재는 개개인의 임원, 직원들이 모인 집단이지요. (어떤 분은 개인회사와 법인은 다르지 않냐라고 하시겠지만 작은 개인회사나 법인이나 별로 그런 부분에서는 차이가 없더군요.) 그러면 개개인의 임원, 직원들이 자신과 함께 일하는 모든 직원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진다는 게 가능할까요? 자신에게 주어진 일도 해야 하잖아요.
인간은 상당히 이기적인 존재이지요. 그 이기심의 강약이 다를 따름이죠.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있다면 이타심이 강한 사람이 2명, 적당한 이타심과 적당한 이기심이 조화된 사람이 4명, 이기심이 강한 사람이 4명 정도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비율은 다 다르겠지만.. 이 비율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뭐냐면, 서로 간에 주고 받는 이해와 관심의 강도가 다르다는 거죠.
가족'같다'면 이러한 강도의 차이에 대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애정의 강도와 자식이 부모에게 쏟는 애정의 강도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내리사랑이라는 얘기가 괜히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가족'같은' 회사에서는 이러한 애정의 강도 차이에 대해 모든 구성원이 초월할 수 있을까요?
또한 회사라는 무형의 존재를 가족이라고 한다고 해도.. 가족같은 회사는 잘 운영될 때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어려울 때는 진짜 가족이라도 자신의 욕구에 의해 이탈하게 되는데 하물며 가족'같은' 회사인들 안 그럴까요? 당장 금전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에게 가족같은 회사이니 연봉을 낮게 준다면 이해할 수 있는 직원이 얼마나 있을까요? 가족간에도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칼부림이 일어나고 소송과 분쟁으로 동아제약과 오양수산 같이 진흙탕이 되는 세상인걸요.
"우리가 남이가?" 라는 마인드는 상당히 탑다운 방식의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간의 레벨이 다른데 어떻게 남이 아닐 수 있을까요? 나쁘게 얘기하면 권력이 수반되는 상황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게 바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입니다.
예전에 미투데이에 아래와 같은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신뢰'라는 건 상호 인터랙티브한 행동이어야 한다. 그런데 한쪽 레벨은 높고 다른 한쪽 레벨이 낮아서 서로 주고받는 인터랙티브의 양과 질에 차이가 난다면 '신뢰'가 아니라 '이용'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전략적으로 2가지 용어를 일부러 섞어서 사용한다.
가족'같은' 회사를 꿈꾸는 것은 좋지만.. 그 결과는 안타깝네요. 개인적으로 가족은 집에 가서 찾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집에도 관심과 이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꺼예요.